고3 겨울, 내가 지원했던 세 군데 대학에 모두 불합격했다는 것을 처음 들었을 때, 난 울 수도 없었다. 우선은 내 일 같지가 않았고, 그저 망연자실할 따름이었다. 재수를 현실로 인식했을 때, 난 패배자였다.
그날 밤,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 내가 재수를 하면 가계에 얼마나 부담이 될까하는 자책감도 그때 눈물을 보태었다.
시내 큰 학원에도 장학제도를 알아보러 다녔지만, 액수는 역시 부담스러웠다. 그 때, 금정한샘학원을 신문 광고에서 처음 보았다. 이름 낯설고, 거리도 멀었지만, 작아보이는 학원의 서울대 합격생이 십여명이나 되고, 무엇보다도 장학제도가 파격적이었다. 나의 일년을 그 학원에 맡기기로 했다.
입소식 후 첫 두 주일은 특히 힘들었던 시기였다. 재수를 한다는 것만으로 서글펐고 태어나서 처음으로 집을 떠나 그렇게 오랜 시간을 보내는 것이 힘들었다. 간간히 추가 합격으로 학원을 나가는 친구들의 뒷모습에 마음이 많이 흔들렸다. 그렇지만 새벽 운동부터 저녁 자습시간까지 꽉 짜인 시간표 속에서 나는 이내 생활의 리듬을 찾았다.
첫 모의고사는 수능 때와 점수가 비슷했다. 하지만 모의고사 점수는 조금씩 올랐다. 나의 노력 못지 않게 선생님들의 수고도 크셨다. 논술지도까지 겸비한 언어영역 시간, 예·복습 과제를 항상 주셨던 영·수 시간 등 선생님들께서는 열성적인 수업을 해주셨다.
공부를 할 때는 주위 환경에 연연해서는 곤란하다. 물론 공부하는 환경도 중요하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본인의 자세이다. 환경과 무관하게 자기 일을 찾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갇힌 공간 속에서 반복되는 일상이 때로는 지루함, 권태로움으로 느껴질 때도 있었다. 그러나 그럴 때 환경 탓만 하면서 공부가 안 된다고 생각하기를 반복해서는 정말로 아무일도 되지 않았다. 오히려 억지로라도 나의 일에 집중하다보면 그런 생각을 떨칠 수가 있었다.
또 중요한 것은 자신에게 적합한 공부 방법을 발견하는 것이다. 누가 공부를 잘 한다고 해서 그 사람의 공부법을 물어서 무작정 따라해선 안된다. 사람마다 각자 공부하기 좋은 시간도 다르고, 부족하다고 느끼는 부분도 다르기 때문이다. 자신에 대해 정확히 알고, 거기에 적합한 학습 계획을 세우는 일이 필요하다. 나의 경우, 언어 영역은 시간 안배에 신경을 썼고, 수학과 과학탐구 영역은 원리 학습을 토대로 한 다양한 문제 풀이에 중점을 두었다. 사회 탐구의 경우 통합가능한 주제들을 참고서, 지리부도, 역사부도 등 내가 찾을 수 있는 모듣 자료들을 동원해서 공부했다.
지금 이 겨울에도 불합격의 아픔을 겪는 많은 분들이 계실 것이다. 다시 공부하고자 하시는 그 분들에게 최선의 노력과 최고의 결과가 함께 하시길 소망한다.
마지막으로 1년간 나를 위해 힘써주신 부모님과 학원 선생님들, 어려울 때 힘이 되어준 친구들에게 감사드리며 글을 마칠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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